퇴사 창업 준비는 자신감이 아니라 숫자로 합니다. 월급이 끊긴 뒤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 본 적이 없다면 아직 사직서를 낼 단계가 아닙니다.
먼저 나와야 할 것은 셋입니다. 생활비와 사업 손실을 감당할 기간, 돈을 지불해 줄 고객과 그 고객이 오는 길, 손익분기점.
아래 다섯 단계에 자기 상황을 숫자로 옮겨 적어 보세요. 한 항목이라도 걸리면 사직서 대신 그 항목의 재검증부터 시작하세요. 월급을 받으면서 하면 실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1. 월급 없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가
가계와 사업의 돈부터 분리합니다. 최근 3개월 통장을 열어 주거비, 식비, 보험료, 교육비, 대출 상환액처럼 퇴사해도 그대로 나가는 돈을 더합니다. 여기에 임차료, 프로그램 사용료, 광고비처럼 매출이 없어도 발생하는 사업 고정비를 합칩니다.
버팀기간 = 퇴사 후 쓸 수 있는 현금 ÷ 월평균 순유출액
생활비가 월 250만 원, 사업 고정비가 100만 원, 매출은 아직 없다고 해보죠. 월 순유출액은 350만 원입니다. 쓸 수 있는 현금이 2,100만 원이면 버티는 기간은 정확히 6개월. 퇴직금이나 보증금처럼 언제 손에 들어올지 모르는 돈은 빼고 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12개월 이상이면 통과입니다. 6~12개월은 보류, 6개월 미만이면 퇴사를 다시 생각하세요. 부양가족이나 부채가 있다면 같은 기간이라도 더 엄격하게 봅니다.
2. 모르는 고객이 돈을 낸 적이 있는가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업은 다릅니다. 모르는 사람이 값을 치른 적이 있어야 사업입니다. 지인이 도와주려고 산 것과 모르는 사람이 값어치를 인정하고 산 것은 따로 셉니다.
퇴사 전에 작은 상품을 만들어 8주간 매출을 시험한다고 합시다. 문의 수, 구매 안내 수, 결제 건수, 재구매 건수를 매주 같은 표에 적습니다. 상담 30건은 의미가 없습니다. 결제 3건이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8주도 쓸모가 있습니다. 월급을 포기하기 전에 방향을 다시 잡을 기회거든요.
3. 손익분기점까지 몇 건을 팔아야 하는가
매출이 생겼다고 곧바로 흑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판매가격에서 재료비, 배송비, 결제수수료, 외주비처럼 한 건 팔 때마다 늘어나는 비용을 뺍니다. 이렇게 남는 돈을 공헌이익이라고 부릅니다. 사업 고정비와 생활비는 이 공헌이익에서 나옵니다.

건당 공헌이익 = 판매가격 − 건당 변동비
필요 판매량 = (생활비 + 사업 고정비) ÷ 건당 공헌이익
판매가격이 30만 원이고 건당 변동비가 12만 원이면 공헌이익은 18만 원입니다. 생활비와 고정비가 월 360만 원이라면 한 달에 20건을 팔아야 현금이 줄지 않습니다. 이 지점이 손익분기점입니다.
세금과 예상 못 한 비용은 따로 남겨야 합니다. 20건을 채워야 겨우 본전이고, 이익은 그 위에서 시작됩니다. 이 판매량을 3개월 연속 채웠다면 가능성은 확인한 셈입니다.
4. 고객 확보 경로가 지속 가능한가
첫 매출이 지인 소개나 우연히 터진 게시물 하나에서 나왔다면 다음 달 매출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고객이 어디서 왔는지, 몇 명이 문의했는지, 그중 몇 명이 결제했는지를 경로별로 적으세요.
콘텐츠 10개를 올려 문의 5건, 결제 1건이 나왔다면 콘텐츠 10개당 결제 1건이라는 자기 기준이 생깁니다. 아직 일반화할 수치는 아닙니다. 다음 달 같은 투입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며 쌓아 가면 됩니다. 광고나 지인 소개가 멈추는 순간 신규 고객도 끊긴다면, 아직 경로가 없는 겁니다.
5. 중단 기준과 줄일 비용을 정했는가
퇴사 전에는 의욕이 앞섭니다. 손실을 덮을 그럴듯한 이유를 자꾸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잘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 두고 검토해야 합니다.

그대로 옮겨 적고 숫자만 바꾸면 되는 형태로 써 둡니다.
퇴사 후 잔고가 생활비 6개월분 아래로 내려가면 고정비를 줄인다.
3개월 연속 필요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 상품이나 고객군을 바꾼다.
추가 대출 없이 운영이 안 되면 확장을 멈춘다.
기간과 금액은 자기 상황과 사업 구조에 맞춰 고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만 불안에 맞서는 일과 손실을 방치하는 일은 다릅니다. 경계를 미리 정해 두면 두려움 때문에 지레 접는 일도, 희망만 붙들고 늦게 멈추는 일도 막습니다.
퇴사 창업 준비 5단계 최종 판정표
| 확인 항목 | 통과 | 보류·실패 |
|---|---|---|
| 버팀기간 | 보수적 기준 12개월 이상 | 6~12개월 보류, 6개월 미만 실패 |
| 진짜 수요 | 비지인 고객의 반복 결제 | 무료 반응·지인 구매 중심 |
| 손익 구조 | 필요 판매량을 최근 3개월 반복 | 일회성 달성 또는 미달 |
| 고객 경로 | 같은 투입에서 결제가 반복 | 유입 경로를 설명하기 어려움 |
| 중단 기준 | 잔액·기간·손실 기준을 기록 | 기분에 따라 계속 투자 |
다섯 항목이 모두 통과라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 시작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도 좋습니다. 보류가 있다면 사직 날짜부터 잡지 말고 8~12주 동안 해당 숫자를 다시 재세요. 실패 항목이 있다면 월급이라는 안전망을 유지한 채 상품과 판매 방식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할 일은 사직서를 쓰는 게 아닙니다. 최근 3개월 지출, 쓸 수 있는 현금, 건당 공헌이익, 월 필요 판매량, 중단선을 한 장에 적는 겁니다. 이 숫자들이 퇴사 여부보다 먼저 나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