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JOURNAL

정책에서 실무까지, 자산시장을 둘러싼 이야기

부동산 바닥 신호, 거래량 증가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거래량 증가는 급매 손바뀜과 바닥 기대 매수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격 흐름과 매물 소진, 시장 국면과 지역 요인을 함께 살펴 부동산 바닥 신호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명합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 부동산 중개업소 창에 걸린 매물 안내판과 빈 걸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닥 신호’다.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는지, 이제 매수해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자주 언급되는 지표가 거래량이다. 거래가 늘기 시작하면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고, 곧 가격도 따라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거래량은 실제 시장 참여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호가가 아니라 매수자와 매도자가 실제로 가격에 합의했다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거래가 먼저 살아나는 경우가 있어 시장 변화를 읽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문제는 거래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의 방향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같은 거래량 증가라도 어떤 시장에서, 어떤 가격에, 어떤 물건이 거래됐는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거래량은 왜 시장 변화를 확인하는 선행지표인가

투자자가 거래량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별하는 필터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달 동안 거래가 거의 없던 지역에서 갑자기 거래가 늘었다고 하자. 그것만으로 바닥이라고 판단하기보다 먼저 거래된 물건의 가격을 살펴봐야 한다. 급매물이 연속해서 소화되고 있는지, 직전 저가보다 조금씩 높은 가격에서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지, 아니면 매도자들이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거래량만 증가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여러 지역을 동시에 검토하다 보면 거래량 자체보다 ‘어떤 가격대에서 거래가 성립하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해진다. 거래량이 늘어도 직전 거래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 굳이 서둘러 들어갈 이유가 없다. 반대로 거래량은 많지 않더라도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관심 지역으로 올려놓을 이유가 생긴다.

따라서 거래량은 매수 버튼이 아니라 ‘여기를 좀 더 자세히 보라’는 신호에 가깝다.

하락장 거래량 증가, 급매 손바뀜과 바닥 매수를 어떻게 구분할까

특히 하락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두 가지 상반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첫 번째는 흔히 기대하는 바닥 매수다. 가격이 상당 기간 조정을 받은 뒤 매도자들이 현실적인 가격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기다리던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급매물을 받아내면서 거래가 증가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시장에 쌓여 있던 저가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 하락 속도도 둔화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래량 증가 자체가 아니라 거래 증가와 가격 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가다.

반대로 가격이 계속 급격하게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거래는 늘 수 있다. 자금 사정이 급한 매도자가 가격을 낮추고,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다시 등장하면서 거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거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매수세 회복이라고 해석한다면 하락 중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난 단지라고 곧바로 현장을 찾지 않는다. 먼저 최근 거래를 시간순으로 놓고 가격을 본다. 거래가격의 저점이 계속 낮아지는 단지는 일단 뒤로 미루고, 거래가 늘면서도 저점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단지를 우선 검토한다. 이런 식으로 탈락 기준을 먼저 만들어두면 수십 개 단지를 모두 깊게 분석할 필요가 없다.

하락장 거래량 감소, 관망과 매물 부족을 어떻게 구분할까

반대로 거래량이 줄었다고 해서 언제나 시장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돋보기로 아파트 사진과 거래 흐름 차트를 비교하는 사람의 손

상승장에서 가격이 너무 빨리 올라 매수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면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다. 매도자는 높은 가격을 고집하고 매수자는 가격 부담 때문에 관망하면서 거래가 끊기는 것이다. 이후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매도자들이 급하게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거래량 감소만으로 하락 전환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락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래량 감소가 단순한 매수자 실종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미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돼 살 만한 저가 매물이 부족해진 결과일 수도 있다.

투자할 때는 이 둘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매물을 검색했는데 같은 평형의 매도 호가가 계속 낮아지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면 거래 감소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거래가격 부근의 물건은 거의 없고 매도자들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도자의 협상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량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현재 시장에 어떤 매물이 남아 있는가다.

상승장 거래량 감소는 언제 경고 신호가 될까

상승장에서 거래량을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까지 증가한다면 신규 수요가 계속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거래량이 빠르게 줄기 시작한다면 시장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몇 건의 높은 가격 거래만 남아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을 뿐, 그 가격을 받아줄 매수자가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최고가 자체보다 그 가격을 뒷받침하는 거래의 두께를 봐야 한다. 한두 건의 신고가만 보고 상승세가 강하다고 판단하기보다, 비슷한 가격에서 후속 거래가 계속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후속 거래가 없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고점 거래일 수도 있다.

이 기준은 매수뿐 아니라 매도 판단에도 유용하다.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추가 상승만 기대하기보다 회수 가능성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금리·정책 영향을 살핀 뒤 전국에서 개별 매물까지 확인하는 순서

거래량에는 시장 내부의 수급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금리 급등, 대출 규제, 세제 변화 같은 변수는 짧은 기간 동안 거래를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융 여건이 완화되거나 정책이 바뀌면 대기하던 수요가 한꺼번에 시장에 들어오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늘기도 한다.

가격 하단이 유지되는 거래 흐름과 저점이 낮아지는 흐름을 비교한 도표

따라서 어느 달의 거래량이 갑자기 줄었다고 즉시 침체를 선언하거나, 한두 달 증가했다고 상승 전환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소한 몇 개월의 흐름을 보고 가격, 매물량, 금리와 정책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국 거래량만 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지역별 차이가 매우 크다. 수도권 특정 지역의 거래 회복이 전국 통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특정 입주 지역의 거래 급증이 그 지역만의 현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실제 물건을 고를 때는 전국 → 지역 → 단지 → 개별 매물 순서로 좁혀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국 거래가 회복됐다는 뉴스는 출발점일 뿐이고, 내가 사려는 지역과 단지가 같은 흐름을 보이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바닥 신호는 가격·거래량·매물을 함께 봐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바닥은 지나고 난 뒤에는 선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그래서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바닥 날짜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하락 위험은 줄어들고 상승 가능성은 커지는 구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거래량이 살아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 하락이 멈추고 있는지,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는지, 매물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같은 가격대에서 후속 거래가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실전에서는 오히려 이 순서가 단순하다. 거래량으로 관심 지역을 찾고, 가격 추세로 한 번 걸러내고, 매물 구조로 다시 걸러낸 뒤에야 개별 물건을 본다. 거래량 하나만 보고 모든 물건을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불필요한 현장 방문도 줄일 수 있다.

결국 거래량이 알려주는 것은 지금이 바닥이다라는 답이 아니다. 이 시장에서 무언가 달라지고 있으니, 이제 가격과 매물을 함께 확인해 볼 때다. 투자자에게 거래량은 그 정도의 신호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바닥을 맞히려 하기보다 여러 신호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하는 시장을 먼저 찾아내는 것. 실제 매수 판단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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