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JOURNAL

공기업 퇴사한 전업부동산투자자의 집과 돈 이야기

파이어족을 꿈꾸며 주식 10년, 왜 결국 부동산으로 갈아탔을까?

파이어족을 꿈꾸며 10년 넘게 주식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겪고 부동산 경매로 옮긴 이유는 가격을 맞히는 대신 입찰 전에 시세를 조사하고 마진이 남는 가격을 정할 수 있어서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주식 10년, 왜 결국 부동산으로 갈아탔을까?

옆자리에 앉은 고참에게서 몇 년 뒤의 내 모습을 봤다.

2011년 공기업에 입사했고, 이듬해 주식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그 안에서 조기퇴사를 꿈꾸며 버텼지만, 결국 주력 투자처를 부동산 경매로 옮겼다. 주식에서는 시세와 내 심리에 끌려다녔지만, 경매에서는 사기 전에 마진 구조를 내가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환이 모든 투자자에게 맞는 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주식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고,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어 가고 있다.

왜 나는 안정된 공기업에 다니면서도 주식으로 조기퇴사를 꿈꿨을까?

입사한 지 1년쯤 됐을 때, 전업투자를 하던 친구에게 주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목표 금액도 없었다. 젊을 때 한번 벌어 보자는 마음이 전부였다.

주식에 빠져든 건 돈보다 조직 안에서 내다본 미래 때문이었다. 더 열심히 일해도 고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고과가 좋아도 월급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 구조였다. 옆자리 고참을 볼 때마다 몇 년 뒤 내 모습이 저렇겠구나 싶었다. 열심히 해서 처장이나 본부장까지 올라간다 해도, 그 자리에서 은퇴하는 날의 풍경이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일을 더 해도 선택지가 늘지 않는 구조라면, 투자로 선택지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상승장에서 얻은 성공은 왜 오히려 위험한 확신이 됐을까?

코로나 직후 상승장에서 몇 종목의 추세추종 매매가 성공했다. 바이오주 하나, 철강주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성공을 보며 이대로 가면 퇴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 확신으로 청약에 당첨돼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았다. 판 돈으로 전세를 얻고, 남은 돈은 투자금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돌아보면 무모한 결정이었다.

수억 원을 잃은 장기투자에서 무엇을 잘못 봤을까?

중국 수산주 하나는 상장폐지로 끝났고, 엔터주 장기투자는 손실 폭은 크지 않았지만 묶여 있던 시간이 아까웠다. 그중 가장 크게 잃은 건 제약주 한 종목이었다. 회사의 기술력을 보고 들어갔고, 기업분석도 꼼꼼히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오너에게 주가를 부양할 의지가 있느냐였고, 나는 그 부분을 놓쳤다.

3만 원대에 산 주식이 10만 원까지 오르자 머릿속으로 파이어를 그렸다. 거기서 팔았다면 끝났을 이야기다. 하지만 주가가 내려오기 시작하자 팔기는커녕 오히려 물을 탔다. 떨어질수록 평단가를 낮춰 두면 더 큰 상승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6년 넘게 그 종목에 자금이 묶였고, 결국 수억 원을 잃었다. 기업분석을 꼼꼼히 했다는 사실이 처음 세운 전망을 끝까지 고수해도 된다는 근거가 되어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분석에 쏟은 시간과 애착이 하락장에서 손절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여러 투자법을 거친 뒤 주식에서 끝까지 남은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가치투자, 모멘텀, 신고가, 낙폭과대, 추세추종.. 안 해 본 투자법이 없다. 하루 24시간 머릿속이 주식으로 가득 차 있던 시절이었다. FX마진과 비트코인 선물도 거쳤는데, 금액이 크지 않았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원금을 건져 나왔다. 손실은 작았지만, 그 과정이 트레이딩을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여러 전략을 거치고 남은 결론은 하나였다. 시세는 결국 기업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가 정한다는 것. 패닉 바잉과 패닉 셀링이 나와야 사이클이 바뀐다는 코스톨라니의 개념이, 지금껏 배운 것 중 시장에서 유일하게 통한 원칙이었다. 바꿔 말하면, 숫자를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그 숫자가 언제 가격에 반영될지는 끝내 심리의 영역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계속 베팅하고 있었던 셈이다. 운이라도 한번 따라 줄 법했는데, 운도 없었던 것 같다. 이 투자법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부동산 경매에서는 무엇을 주식과 다르게 통제할 수 있었을까?

집 없이 전세를 옮겨 다니다 2024년에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유튜브를 보다 경매에서 영감을 얻었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든 저자의 강의까지 찾아 들었다. 그렇게 부동산 투자와 경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3년이다.

경매가 주식보다 나았던 첫 번째 이유는 레버리지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자기자본 2억 원으로 사면, 가격이 10% 오를 때 평가차익이 1억 원이 된다. 2억 원을 넣어 1억 원을 버는 구조다. 물론 이 계산에는 대출이자와 취득·보유세, 중개보수 같은 비용이 빠져 있다. 그래도 구조 자체는 분명했다. 주식에서는 부동산처럼 전 재산을 한곳에 몰아넣기도 어렵고, 투자금을 10억 원으로 키우겠다고 증권사 문을 두드린들 나머지 8억 원을 대출해 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자본금 2억 원인 사람에게 주식 한 종목에 10억 원을 태울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고개를 저을 것이다.

아파트 가격 10억 원, 자기자본 2억 원, 가격 상승 10%, 평가차익 1억 원을 정리한 표. 대출이자와 취득·보유세, 중개보수는 계산에서 제외된다.

두 번째 이유는 심리였다. 주식은 사고 나서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는 게임이지만, 경매는 입찰 전에 시세를 조사하고 원하는 마진이 남는 가격을 정한 뒤 들어가는 게임이다. 패찰할 수는 있어도, 원하는 가격에 낙찰받으면 그 순간 자산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시세조사를 잘못하지 않는 한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 가격을 맞히는 쪽이 아니라 마진을 설계하는 쪽이 내 성향에 맞았다.

경매 입찰 전 시세 조사, 원하는 마진이 남는 가격 결정, 입찰 순서를 정리한 단계 표.

부동산으로 옮긴 뒤 주식 경험은 어떻게 남았을까?

지금도 주식을 완전히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다만 범위를 퇴직연금 계좌 안의 ETF로 좁혔고, 매매 방식도 낙폭과대 구간을 사는 것 하나로 줄였다. 가격을 예측하는 대신 충분히 싸졌을 때 사서 마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경매에서 쓰는 원리를 주식에 그대로 옮겨 온 셈이다. 인생역전을 꿈꿀 만한 전략은 아니지만, 잃지 않는 투자법이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무조건 낫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대출이 나오지 않거나 시세조사가 틀리면 마진 구조는 애초에 설계되지 않고, 이자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레버리지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내가 10년 동안 주식에서 거듭 걸려 넘어진 지점은 가격을 맞히려는 시도였고, 그 지점을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마진을 설계할 수 있는 쪽으로 옮겼을 뿐이다. 투자수단을 바꾸기 전에 먼저 할 일은, 자신이 반복해서 실패해 온 지점이 가격 예측인지, 과도한 확신인지, 아니면 애초에 통제할 수 없는 구조인지부터 돌아보는 것이다.


글쓴이 · GOLDEN JOURNAL 운영자
공기업에서 15년 일하다 퇴사한 부동산 전업투자자입니다. 운영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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