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두 달이 넘었다고 월세 5만 원을 깎아 주는 게 바로 답은 아니다. 가격을 건드리기 전에 중개사에게 매물이 포털과 다른 중개사무소에도 실제로 올라가 있는지, 그 사이 문의와 방문이 몇 번 있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문의조차 없었다면 노출이나 가격 쪽에 걸린 것이고, 방문은 했는데 연락이 끊겼다면 집 상태나 조건에서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문의가 끊긴 걸까, 보고 간 사람이 연락을 안 하는 걸까
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숫자로 물어본다. 두 달 동안 전화 문의가 몇 건이었는지, 집을 보러 온 사람이 몇 명이었는지, 그 사람들이 보고 나서 뭐라고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묻는다. 중개사가 요즘 잠잠하네요 정도로만 답하고 숫자를 못 내놓는다면, 다른 중개사무소에도 매물을 맡겨 같은 질문을 다시 해 본다.
문의 건수가 0에 가깝다면 애초에 매물이 포털에 뜨지 않았거나 가격이 검색 필터 상단에서 걸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직접 네이버부동산이나 호갱노노 같은 곳에 주소와 평형을 넣어 검색해 보고, 자기 매물이 실제로 뜨는지,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가 언제인지 확인한다. 올라간 지 두 달 전 그대로 멈춰 있다면 노출 순위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방문은 꾸준한데 그 뒤로 연락이 없다면 가격보다 집 상태나 조건에서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중개사에게 방문자들이 어떤 말을 하고 갔는지 다시 물어본다. 채광이 안 좋다거나 주차가 불편하다는 말이 반복됐다면, 가격을 내려도 같은 이유로 또 거절당할 수 있다.
임대료를 내리기 전에 공실 비용부터 계산해 보자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짜리 집이 두 달째 비어 있다고 하자. 월세 70만 원짜리 집이 두 달 비면 못 받은 월세가 140만 원이고, 공실 중 집주인이 대신 내는 관리비 10만 원(한 달 5만 원 × 2개월)이 더해져 지금까지 손해는 150만 원이다.
이 집을 2년(24개월) 계약으로 내놓는다고 하면, 월세를 5만 원 내릴 때 계약 기간 전체에서 줄어드는 임대 수입은 5만 원 × 24개월로 120만 원이다. 반면 공실이 한 달 더 길어지면 월세 70만 원에 관리비 5만 원을 더해 75만 원이 또 빠져나간다. 5만 원을 내려서 계약이 2개월 빨리 성사된다면, 2년 치 손실(약 120만 원)보다 공실 연장 손실이 더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출을 끼고 있다면 공실 두 달간 낸 이자도 같은 방식으로 더해서 계산한다. 이자는 대출 조건마다 다르니 자기 상환 내역서를 보고 직접 넣는다. 여기에 더해 같은 단지나 인근에서 최근 계약된 비슷한 평형·층의 월세를 중개사에게 물어보거나 국토부 실거래가에서 찾아본다. 내 호가가 그 시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알아야 5만 원이 적정한 조정폭인지, 10만 원을 내려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조건과 매물 정보에서 고칠 곳은 어디일까
가격보다 먼저 손볼 수 있는 것이 입주 조건이다. 입주 가능일을 너무 빡빡하게 걸어 뒀거나 방문 가능 시간을 평일 낮으로만 좁혀 놓았다면 이것부터 풀어 준다. 반려동물이나 단기 계약 가능 여부처럼 조건 하나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만으로 문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매물 정보도 다시 점검한다. 중개대상물 광고에는 총 층수, 사용승인일, 방향, 방 개수와 욕실 개수, 입주가능일, 주차대수, 관리비까지 표시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져 있거나 실제와 다르게 적혀 있으면, 찾는 사람이 집을 보기도 전에 조건이 안 맞는다고 판단하고 넘겨 버린다. 중개사에게 지금 올라간 광고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 달라고 하고, 관리비 금액과 입주가능일, 주차 가능 대수가 실제와 맞는지 하나씩 대조해 본다.
사진도 다시 본다. 두 달 전에 찍은 사진이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걸려 있거나, 어둡고 좁게 나온 사진만 올라가 있다면 교체를 요청한다.
여러 중개사에 다시 내놓을 때 반응은 어떻게 기록할까
가격과 조건, 매물 정보를 손본 뒤에는 한 곳에만 맡겨 두지 않는다. 지금 단지 안에 있는 다른 중개사무소 두세 곳과 인근 중개사무소에도 같은 조건으로 매물을 올려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공동중개로 노출을 넓힐 때는 가격과 조건을 중개사마다 다르게 부르지 않는다. 같은 집을 두 가격으로 본 손님은 둘 다 믿지 않고 돌아선다.
노출을 넓힌 다음부터는 2주 단위로 다시 숫자를 받는다. 문의가 몇 건, 방문이 몇 건, 거절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처음 두 달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 비교한다. 2주가 지나도 문의 자체가 그대로 0이라면 노출이 아직도 부족한 것이고, 방문까지는 늘었는데 계약이 안 된다면 그때 가격을 한 번 더 조정한다.
공실이 끝나길 기다리는 대신, 2주 단위로 받은 문의·방문 숫자가 처음 두 달보다 늘지 않으면 그때 가격을 한 번 더 내리고 똑같이 2주를 지켜본다.

